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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초음파 급여화 이후 상급종합병원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일 - 고려의대 안암병원 유지영


2021년 4월 1일,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유방, 액와부 초음파가 급여화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유방암 진단과 유방질환 등을 조기 발견하기 위해 필수적인 검사였지만, 중증이 아닌 경우에는 환자가 검사비를 전액 부담해야 해서 진료실에서도 항상 검사비가 비싸다고 환자들에게 컴플레인 듣는 것이 일상이었던 만큼, 급여화가 되면 이제 해방인가 싶어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행 전 처방코드 작업 및 일부 비급여 환자에 대해서는 필수적으로 동의서를 받아야 하는 불편함, 시행 초기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심사평가팀도 알 수 없는 삭감가능성 등 많은 난관에 봉착하며 오히려 일부 환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기도 하는 등 잡음들이 있었지만, 만 6개월을 넘긴 지금에 이르러서는 어느 정도는 정착을 한 것 같습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월급쟁이 의사로 일하는 현실에서는 사실 피부로 와 닿는 변화는 별로 없습니다만, 그래도 유방초음파 급여화 관련해서 느낀 점들을 말씀드리면, 초기에는 여러 명의 재진 환자분들께서 초음파 비용이 아주 싸게 나왔다고 만족하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경과관찰 위한 한 번의 보험 적용 이후, 다음 추적을 위해 1회 초과로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80%)의 비용을 선결제를 하시거나 하면서 왜 갑자기 돈이 이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너무 많아서 응대하는 외래간호사님의 목이 쉬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당시 새로운 병원 전산차트 시스템 도입까지 겹쳐서 더 그런 일이 발생했던 것도 같지만 그때는 하루하루 진료실에서 환자의 상태나 질환에 대한 설명 반, 검사 비용 설명 반 했던 것 같습니다. 적게 내시면서 좋아하는 분이 있는가 하면, 신규 환자의 경우 조직검사가 추가되는 경우라도 생기면, 급여화된 비용마저 너무 비싸다고 처방을 두 번 내달라는 등 컴플레인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곤 했습니다. 이제, 6개월이 경과하면서 초기에 급여로 초음파를 보시고 6개월 추적하는 환자분들이 오시기 시작하였지만, 이제는 비용 문제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확연히 줄어든 것도 같아 예전 일을 생각해내려고 하니 정확한 사례들이 기억이 나지 않아 자세히 적지 못하는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과 차원에서는 사실 매출(?)이 줄어들거나 이런 문제는 생각보다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영상의학과랑 나뉘어서 실적이 잡혀서 그런가도 모르겠지만, 일단 과장님이나 원장님이 아닌 저로선 그 문제로 크게 압박을 받은 기억은 없는데요..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전에 비해 좀더 개원가나 여성전문병원 등에서 검사를 받으시고 추적관찰을 권유받은 후에도 추가적으로 재검사를 환자 본인이 원해서 오거나 추적관찰을 상급종합병원에서 하고 싶다는 신환들이 약간 늘어난 것도 같습니다. 이전에는 종합병원의 사악한(?) 초음파 가격에 많이들 놀라고 크게 문제가 없는 소견으로 판단될 경우 연고병원으로 진료회송 가시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회송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통계를 내 본 것은 아니지만, 한때 제가 1차병원 외래회송 많이 해서 표창도 한 적이 있는데 최근 하루 한 건도 회송에 성공을 못하니 확실히 줄어든 게 맞다고 생각됩니다. 외래 간호사들과 대화를 해보아도, 환자들이 크게 비용차이가 나지 않고, 1차병원에서 다시 이상하다고 나오면 또 여기를 와야 하니 그냥 다니겠다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행건수가 크게 줄지 않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처음에 문재인케어가 선언되고, 의료인들과 소통이 크게 없이 복지성 의료정책이 남발된다고 생각이 되어 불만도 많았고, 초음파 급여화에 대한 우려도 많았는데, 일단 제도가 시행되고 나니 얼레벌레 적응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 시행시기가 길지 않아 발견되지 않는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확실히 경제부담이 줄어든 것 맞는 것 같습니다. 큰 흐름을 바꿀 수 없다면 모두가 예민하게 문제점을 찾아내서 개선하고 이왕 급여화된 검사가 남용되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적절한 혜택을 줄 수 있는 제도로 정착하기를 기원하며 두서없는 글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