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의 취미생활 탐구


나의 맛집 이야기

인천의료원 유방외과 강영준

“맛집에 대한 글을 써 주시요.”

SNS에서 맛집 사진을 종종 올리던 것이 몇몇 선생님들의 기억에 남았음이라. 사실 미식과 맛집은 나와 거리가 멀다. 맛있는 음식을 취하기 위해 유명한 지역 맛집은 고사하고 이삼십분 남짓 소비해야 하는 가게조차 귀찮음이 앞서 손사래를 치곤 한다. 그렇지만 수많은 훌륭하신 선생님들 사이에서 온 기회인데 이를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비록 의학에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굳이 시간을 내어 읽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고민에 고민을 하였다. 개인의 취미생활을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듯 하면서도 어렵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맞장구를 쳐주며 공감이 용이하기에 부담이 없겠지 하면서도, 비슷한 취미 안에서도 분야가 다르고 호불호가 극명하여 반감을 사기도 한다. 전문적인 내용을 서술하면 그 또한 아는 사람에겐 지루하고 모르는 이에게는 잘난 척으로 비추어질 수 있으니 사이의 미묘한 틈새를 걸어가는 느낌이다.


맛집탐방이라는 취미라... 음식에도 철학이 깃들여 있다고 믿지만, 그런 이야기를 풀어내기엔 짬도 안되고 깊이도 얕아 일찌감치 배제하였다. 그렇다고 음식 자체에 집중하여 어떤 재료로 어느 스타일로 어떻게 구성되고 만들어지는가 라는 전문적인 주제를 다루기에도 역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가감없이 예과2학년정도 수준의 지식일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결국 요즘 몇 년째 유행을 지나 트렌드 자체로 자리잡은 소위 ‘먹방’ 개념의 구성이 가장 적합하나, 그 마저도 이제는 재미있고 유익하며 전문가 수준의 가이드들이 난립하는 레드오션중에 레드오션인데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이러 저러 고민아닌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솔직 담백 하게 내가 먹었던 곳들의 감상을 슴슴하게 나열하고 어떻게 생활속에서 내 입맛에 맞는 식당들을 클리어해 나가느냐 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무리하지 않는 선택이고 보는 이들도 거부감이 덜 할것이라 결론을 내렸다. 어쩌다 클릭하여 이 글을 읽게 되시는 분들도, 종이로 받아 화장실 가셔서 우연히 이 페이지를 펼치게 되신 분들도 읽고나서 ‘이걸 먹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고, 한두 분이라도 만족스러운 요기를 하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이야기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것이라 믿는다. 시작이 길었다. 주변 선생님들을 보면 워낙 음식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 많고 깊이와 이야기가 있는 진정한 미식가가 많으시기에 긴 서두로 도망갈 준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언급했듯이 나는 미식을 좇는 사람이 아니기에 고가의 음식이나 트랜디한 곳은 많이 알지 못한다. 그냥 필자가 후회없이 먹었고, 당시의 개인적인 소소한 일상의 기억이 함께했던 장소들이 기억날 따름이다. 글 안에 사진들은 최대한 직접 찍은 것들로 선별했다. 점점 더 저작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건 핑계고 이 기회에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는 SNS의 철학을 옮기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간식 떡볶이

맛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떡볶이였다. 요즘 모 맛칼럼니스트가 방송인으로 주가를 한창 올린 프랜차이즈 대표를 SNS로 공격하면서 그 칼럼니스트가 언급했던 과거 떡볶이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세뇌한 맛있는 음식』 이라고 하면서 일련의 논란이 떡볶이 애호가들을 자극했다. 맛칼럼니스트의 저런 발언도 나름 근거가 있고 반대편에서 반박을 하는 애호가들의 주장도 쉬이 납득이 간다. 의업을 주로 삼고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할까. 나는 맛이 있으면 그만 아닌가 라는 생각으로 일주일에 한두번씩 발걸음 닫는 가게를 찾아 나선다. 떡볶이가 워낙 국민적인 사랑을 받다보니 체인점들이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대표적인 곳으로 죠스, 국대, 아딸 (최근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다.), 신전, 엽기 떡볶이 등등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국대, 죠스를 즐겨 먹다가 몇 년 전부터 신전떡볶이를 좋아한다. 떡볶이의 다른 한 축으로 테이블에서 재료를 넣고 만들어 먹는 즉석떡볶이가 있다. 오래전부터는 신당동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를 비롯 최근에는 무한 리필이 되는 두끼 떡볶이 체인점도 있다.



요즘 자주 가는 즉떡 (즉석떡볶이의 줄임말. 요즘 별것을 다 줄여 말하더라) 가게에서 찍은 사진이다. 앞에서 서술했듯이 나는 아무리 맛집이라도 멀리까지 가는 것을 번거로워하는 터라 지근거리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부평에 있는 북새통이라는 곳으로 전형적인 맛의 즉석떡볶이면서 여러 주류를 가벼운 가격과 친근한 인테리어로 중년 남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어필하는 곳이다. 프랜차이즈 일반 떡볶이 중에서는 신전을 가장 선호한다. 대구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인데 매운 정도는 조절 가능하고 매운맛은 꽤나 맵다. 사진에서 보듯이 밀떡과 국물이 조합된 것으로 오뎅 등 다른 부재료는 들어있지 않다. 떡볶이도 본인 취향이거니와 아무첨가도 없는 밀가루 그 자체의 오뎅튀김도 입맛에 맞아 이곳을 자주 찾는다.


  • 요즘 신전보다 더 자주 가는 곳을 꼽으라면 인천성모병원 앞에 있는 모녀떡볶이다. 체인점은 아니고 부평역 근처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떡볶이 집이다. 도장깨기 느낌으로 어디를 가던 떡볶이 집을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는데 이곳은 꽤 만족스러웠다. 매콤 칼칼한 클래식한 떡볶이와 오뎅국물, 그리고 어릴 때 자주 보던 저 시그니처 만두는 먹고 돌아서도 또 생각나게 한다.

  • 명지대 앞 순이네 고릴라 떡볶이다. 올해 추계 외과학회에서 영 입맛이 없던차. 버스 몇 정류장만 가면 명지대가 있고 대학앞이라면 뭔가 단순하고 본능적인 맛을 추구하는 곳이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하에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무작정 명지대로 향했고, 가게 안에 여러 팀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떡볶이와 만두튀김, 순대를 시켰다. 떡볶이와 만두는 아주 만족스러웠고 순대는 평범했다. 언젠가부터 순대가 공장에서 한꺼번에 납품되기에 어느 분식집이던 차이가 없는 것은 좀 아쉽다.

  • 군대시절 안양시장에서 종종 먹던 시장 떡볶이다. 퇴근하고 시장 문을 닫을때쯤 가서 한 국자 크게 떠 주시던 이 떡볶이가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최근에 종로 광장시장에서 먹은 떡볶이가 좀 비슷한 맛이었는데 기분 때문인지 이곳 안양시장의 그것이 더 진하게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사진으로라도 한번쯤 보았던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일까. 그냥 ‘아 이런 맛이구나’ 경험으로 족할듯 싶다. 맛이 없지는 않았으나 또 먹고자 하는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다.

  • 누구나 사진으로라도 한번쯤 보았던 통인시장 기름 떡볶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일까. 그냥 ‘아 이런 맛이구나’ 경험으로 족할듯 싶다. 맛이 없지는 않았으나 또 먹고자 하는 마음은 딱히 들지 않았다.

  • 개인적으로는 매우 맛있게 먹었고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마포역 공덕역 사이에 도화동상점가에 있는 마포원조떡볶이다. 인기가 많은 곳이지만 호불호는 충분히 갈릴 수 있다. 후추향이 강하고 소스도 진하다. 오래전 서울 특유의 떡볶이와 튀김만두 그리고 오뎅 국물도 괜찮다.

부산의 떡볶이 들은 수도권과 그 궤를 달리한다. 밀떡 쌀떡으로 양분되는 한입 크기의 매콤하고 달착지근한 떡볶이가 아닌, 굵은 가래떡에 깔끔한 매콤함을 자랑하는 부산의 떡볶이들은 다른 중독성과 매력을 가진다. 해운대시장한가운데의 상국이네. 그리고 해운대 짱떡볶이와 빨간 떡볶이. 중구의 이가네 떡볶이와 남천동 다리집. 대박분식 등등 많은 유명한 떡볶이 집들이 있고 개인적으로는 자갈치 시장(?)의 떡볶이도 참 맛있었다. 우연히 촬영중에 식사를 하게되어 방송에 잠깐 나왔던 빨간 떡볶이집 사진등을 첨부한다.



떡볶이가 국민간식이 된 배경에는 친근하고 중독성있는 맛뿐만 아니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덕택에 늘 돈이 아쉬운 어린 친구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있는 까닭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떡볶이라는 단어에는 왠지 모를 아련함과 누구나 한두가지의 추억이 깃들여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딸떡볶이가 상호명을 ‘아버지와 딸’의 의미인 ‘아딸’에서 ‘감탄’으로 바꾼데에는 창업주의 이혼 소송 후 브랜드 싸움이 있었던 배경이 있다. 놀랄 것도 없는 현실 세계의 사업이야기지만, 낭만적인 동화의 이면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복잡 오묘한 감정이 생긴다. 무수히 많은 떡볶이 가게들이 기억나지만 떡볶이는 그야말로 국민 간식이다. 어느 동네에서든 한두군데씩 지역을 대표하는 떡볶이 맛집이 있다. 단골집 하나쯤 만들어 둔다면, 맛으로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제안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