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자료 (코로나 관련 의료인의 역할)

원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 이후 2주간 전면 폐쇄된 병원 -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이관호


국내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던 가운데, 수도권의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2020년 2월 21일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폐쇄되었다. 원내 확진자는 병원에서 환자 이송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한 명과 몇 일 뒤 확인된 입원환자 1명으로 총 2명이었다. 그리고 약 2주후인 3월 9일이 되어서야 진료를 개시할 수 있었다. 코로나로 폐쇄된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명의 의사로써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소회와, 지역 사회의 의료 공백의 관점에서 문제점을 기술해 보고자 한다.

주말 사이에 병원 폐쇄가 결정되고 그 결정은 메르스 유행 당시 결정된 지침에 의거하여 최소 2주간 유지될 전망이라고 하였다. 당장 가장 급하게 해결 해야 했던 것은 월요일부터 항암치료 및 수술을 해야 하는 환자들이었다. 그래서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하기 위해 수소문 하기 시작하였고,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 생각 보다 훨씬 복잡한 일이 되었다. 대부분의 병원들에서 내부 지침상2주 이내 은평성모 방문한 이력이 있는 환자는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부 병원에서는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음성 결과가 있으면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막상 환자가 보건소에 가면 대상자가 아니어서 검사를 못 받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지침도 매일같이 바뀌는 상황이어서 환자와 의료진은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일부 환자들은 전원된 병원을 갔다가 헛걸음 치료 돌아오는 상황도 발생하였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와 은평구 보건소에 항의하였고, 이것이 해결되는 과정에서도 몇 일이 더 소요되었다. (이 과정에서도 보건소와 질본은 서로의 관할이 아니라고 하여 여러 군데 전화를 해야 하는 수고가 있었다.)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각 병원들이 내원 가능한 지침을 만들고, 코로나 검사도 가능해졌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하지만 1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코로나 검사를 시행하고, 음성 확진 후 진료예약을 잡고 하면 추가로 수일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신속한 대처였다고 보기엔 미흡했다.

처음에 다른 병원들이 우리 환자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이 아닌가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폐쇄된 병원에서의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폐쇄를 당하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1000명이상의 직원 뿐 만 아니라 하루에 내원하는 환자 및 보호자가 3000명이 넘는다. 이 사람들에게 단순 체온측정이나 자발적인 증상, 방문력 신고 이상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증상 감염자도 많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어떤 환자들은 발열 시 당일 진료가 불가하고 코로나 검사 후 음성이 확인되어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는 해열제 복용 후 내원한 사례도 있었다. 개인적 양심에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아마 모든 병원들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직원이나 내원 환자 및 보호자 중에 코로나가 발생되었을 경우 병원의 일부 혹은 전체가 2주동안 폐쇄될 수 있기 때문이다.(폐쇄 및 진료 재개의 여부의 결정권은 각 지자체가 갖고 있다) 폐쇄된 후에 환자의 전원을 알아보고, 소견서를 쓰고 여러 가지 환자의 민원을 듣는 것은 진료하는 것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폐쇄된 기간에는 공무원들이 병원에 상시로 드나들며 여러 가지 행정 지도를 하는데, 때로는 이것이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있었다. 진료하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그리고 청소 및 방역을 담당하시는 직원 분들 모두 고생스러운 일을 하셨을 것이다. 또한 언론에서 실제 보다 과장된 은평성모병원과의 관련된 환자 수의 보도로 인하여, 직원 개개인이 잠재적 보균자로 인식되어 가족간 혹은 사회적 격리를 반강제로 당하게 되는 건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일부에서는 직원의 자녀들이 학교나 학원에서 출입이 거부되는, 직원 가족들의 생활에 불편이 발생하는 상황이 발생되었다. 또한 경영진의 입장에서 정부에서 얼마나 나중에 보상이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진료의 중지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다. 이렇게 때문에 아마도 모든 병원에서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들은 최대한 받고 싶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과 유행으로 많은 국민들과 의료인, 공무원들이 다들 혼란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누구는 현재 정부의 대응이 최선이었다고 하고, 일각에선 아쉽다고 하지만,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누가 잘했고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아쉬운 점을 개선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더욱 현명한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느끼는 아쉬운 점은 최근 대구에서 사망한 17세 청소년의 사망과 연관이 있다. 이 환자는 폐렴 증세가 있었으나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서, 허망하게 사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의 확산을 막는 방역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일 내원 환자 2500명이 넘고, 중증질환을 담당하는 지역 거점 병원을 14일간 폐쇄했을 때, 기존의 중증 환자 및 응급 환자들의 치료 지연으로 인한 질환의 악화 및 더 나아가서는 사망 위험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의료의 접근성이 좋다는 서울에서도 이 많은 환자들을 단시일 내에 다른 병원들에서 수용하기는 용이하지 않았다. 하물며 지방에서는 병의원 폐쇄 후 알려지지 않았거나 아직 나타나지 않은, 코로나 이외의 질환에 대한 대처의 문제점이 없었을까? 확실한 원내감염은 2명이고, 그 외에 환자 및 전 직원 코로나 음성이 확인된 병원이 2주이상 폐쇄되었던 것이 과연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는지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